

“설명 끝. 145쪽에 2번 풀어. 10분 준다.”
설명을 마치며 나는 분필을 내려놓았다.
역시, 재미없어.
설명 같은 거 귀찮아.
그냥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그래.
고양이 밥이나 주러 밖에 나가고 그 외에 시간은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귀찮지도 않고 재미도 있지 않으려나.
이런 생각 하는 게 쓰레기 같을까.
정답.
난 쓰레기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는다.
놀랍, 지도 않겠구나.
쓰레기이다.
나는.
쓰레기가 선생을 하다니.
원래 선생은 학생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가끔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꾸짖어야 하는 존재인데.
쓰레기가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주제에, 왜 선생이 되었는가.
여기에는 깊은 사정, 같은 것도 없다.
깊은 사정은 없지만, 이야기는 살짝 길어질 듯싶다.
어릴 적, 그니까 학교 다닐 적에 꼭 그런 애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다.
‘공부 하나도 안 했어.’라고 말하면서 성적은 상위권이라든가, 수업 시간엔 맨날 자면서 성적은 좋은, 소위 말하는 재수 없는 애들.
재수 없는 애들과 나는 비슷한 부류였다.
딱히 열심히 노력한 적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노력이란 걸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는 목숨까지 걸면서, 노력한다지만 나는 아니었다.
적당하게 하고, 나중엔 적당하게도 하지 않았다.
안 하는 쪽에 가까웠다.
나이를 먹을수록, 학년이 높아질수록 시시하고 지루했으니까.
그랬는데, 내 성적은 못해도 전교 5등.
최대는 전교 1등.
상위 1%, 상위 3%에 속하였다.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의 형제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나를 부러워했고, 부모는 형제 중 성적이 특출나게 뛰어난 나를 많이도 사랑해주셨다.
가족들에게는 부러움과 사랑을 받았다.
부러움과 사랑을 받으면, 자연스레 질투와 시기도 받게 된다.
나는 그것을 친구들, 아니. 친하지도 않으니까 친구들이 아니라, 동급생들에게 받았다.
어둡고, 음침하게 생긴 녀석이 성적은 뛰어나니까.
내가 그 자리에 있는데도, 애들은 날 대놓고 욕하거나 내가 저 새끼보다 못한 게 뭐냐면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넌 머리가 좋으니까 혼자서도 잘해낼 수 있잖아?’라고 비아냥대며 무리에서 날 소외시키기도 하였다.
상처를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동급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내가 싫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훌륭하다 할 수 있는 성적을 받는 내가.
동급생들의 괴롭힘은 그게 원인이 되어 시작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낮은 성적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일부러 답을 알고서도 번호를 틀리게 체크하거나, 이름을 쓰지 않아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으면 아이들은 내가 추락했다면서 낄낄대고 비웃어댈 게 뻔하니까.
비웃음거리가 되기는 싫다.
하여, 성적을 계속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학창 시절, 나는 높은 곳에서 밧줄에 몸을 맡기고 밧줄에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딛는 광대와도 같았다.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잘못 내디디면, 실수라도 하면 추락해버리는 그런 위태로운 삶이었다.
삶이 위태로울 정도로, 내 인간 관계는 바닥을 굴렀다.
인간 관계에 지칠 대로 지쳤다.
수능을 마치고, 수능 결과를 받고 점수에는 상관없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서 취직을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집에 틀어박혀 니트 생활이나 하려고 했다.
대학이든 회사이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은 곳은 딱 질색이었다.
부모와 형제를 제외한 사람들이 무서웠다.
사람들이 내 험담을 하고, 날 조롱하고 날 괴롭힐까 봐 두렵다.
학창 시절 12년은 나에게 공포란 걸 일깨워 주었다.
일종의 트라우마를 선사해주었다.
사람들을 피하면, 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
나아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집에서 몇 년간만 있자 라고 생각하여 대학도 가지 않고, 취직도 하지 않으려 계획 하였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게 막은 것은 부모님이었다.
네 성적이 아깝지도 않냐면서,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면서 대학에 가라고 날 다그쳤다.
적어도 교사라도 되라면서.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건 싫지만, 미친 듯이 싫지만, 부모님을 실망시키게 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은 내게 거는 기대가 컸다.
부모님의 뜻대로 교대에 진학하고 선생이 되어 결국, 안 좋은 기억만이 가득한 학교가 나의 직장이 되었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아무런 감정 없이 살아간 지도 벌써 8년째.
무표정으로.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무표정으로 대한다.
동료나 학생들이 나에게 웃어보라고 해도 무표정.
학생들이 아무리 화가 나게 해도 무표정.
이러다 보니, 동료들과 학생들에게서 불리는 별명은 기계 인간, 로봇 인간.
내가 로봇이나 기계일 리가 없는데.
나도 인간이라서, 울고 웃을 줄 안다.
밖에서만 무표정일 뿐이지, 집에서 날 기다려주고 있는 엘리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걸 억지로 막는...
엘리를 생각하다가 아직 시간이 남은 것을 확인하고는 평소처럼 창밖에 시선을 두었다.
대부분의 수학 교사라면, 내 행동에 공감할 것이다.
애들한테 문제 풀라고 시간을 주면, 할 게 없는 나머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바깥을 바라보는 것.
하루에 최소한 1번씩은 하는 행동이다.
바깥은 체육 활동이 한창이다.
이 서늘한 때에, 참 열심이다.
오늘 새로운 체육 선생이 온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내 눈에 보이는 저 뒤통수가 새로 부임한 체육 선생인가.
못 보던 뒤통수이니까, 아마 맞는 것 같다.
... 어라?
이상하다.
못 보던 모습인데, 왜 익숙하지.
대체 왜?
의구심이 들어 계속 바라보고만 있는데, 나의 시선을 느낀 건지 그 사람이 뒤를 돌아 내 쪽을 보았다.
그 사람은 반가운 마냥 환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 새로 온다는, 화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카라마츠였다.
“쿠소마츠, 네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건데!”
조용하기 짝이 없는 교실에, 나의 목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곤란하다, 곤란해.
무척이나 곤란해.
2교시에 2학년 4반 교실에서 소리를 지른 탓에, 다른 반으로 수업을 하러 반에 들어가면 애들의 수군거림이 엄청나다.
“오늘 기계 인간이 2학년 4반에서 소리 질렀다며?” “헐, 진짜? 저 사람이?”
“응응, 2학년 4반에 내 친구가 말해줬다니까.”
못 들은 척 무시하기에는,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다.
남은 시간도 이럴 거라 생각하면 수업하는 게 막막해진다.
이게 다 갑작스레 나타난 카라마츠 때문이다.
카라마츠, 넌 죽었어.
“왜 하필 새로 온 선생이 넌데.”
일본에 수백, 수천 개의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을 텐데 그 수백, 수천분의 일의 확률을 뛰어넘어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의 선생이라니.
애초에 여섯 쌍둥이 중에 같은 직업이 있다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세상에 직업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쥬시마츠도, 쵸로마츠 형도, 토도마츠도, 오소마츠 형도 아닌 정말 세상에서 제일로 싫어하는 쿠소마츠인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이다.
카라마츠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저리 눈동자를 움직이며 내 집 구경을...
이 새끼가.
누군 자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실에서 소리친 걸로 하루종일 구설주에 오르고, 수업도 불가능할 정도였고, 무엇보다 엘리가 매달려서 안아달라고 하고 있는데도 안지도 못하고 있는데.
원래 이 시간이면 엘리와 놀아주면서 힐링 받고 그래야 하는데.
망할 카라마츠 때문에.
내 힐링 타임이 줄어들고 있다.
아, 짜증 나.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짜증 나는데.
“야, 쿠소마츠. 내 말 듣고 있냐? 안 듣고 있지?”
카라마츠의 눈동자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눈동자의 움직임이 멈추고 나서야, 나와 제대로 눈을 맞춘다.
“미안하다. 이치마츠여. 집 구경 좀 하느라 못 들었는데 다시 말해줄 수 있겠는가?”“남의 집을 왜 구경하는데. 집 처음 보냐?”“집이란 것은 여러 번 보았지만, 이치마츠의 집은 처음 본다만.”
처음 볼 수밖에.
독립하고 나서 단 한 번도 형제들에게 집으로 오라 한 적도 없을뿐더러, 집에 오고 싶다 말해도 단칼에 딱 잘라 거절했으니까.
형제들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집에 원체 들이지를 않아서 내 집의 내부를 본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카라마츠가 내 집을 보게 될 줄이야.
내가 미쳤지.
완전히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카라마츠를 들일 생각을 해?
저 새끼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더 이상 말하면 욕을 할 것만 같아서, 입을 다물고 있는데, 카라마츠가 입을 열었다.
“보고 싶었다. 이치마츠. 못 본 지도 벌써 8년째가 되고 있었는데 드디어 만났군. 잘 지냈는가?” “난 너 안 보고 싶었어. 못 지냈어. 못 지냈는데, 너 때문에 더 못 지내게 생겼네.” “에, 이유가 뭔지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카라마츠니까 멍청한 게 확실해.
이걸 대체 왜 모르는지.
카라마츠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다 아는 사실을.
“난 너 싫어하니까.” “으으...” 상처 받은 눈.
오래전부터, 항상 이런 식이었다.
네게 모진 소리를 내뱉으면 너는 늘상 상처받은 눈을 하곤 하였다.
네 눈을 보면 자연스레 죄책감이 느껴져, 난 너와 단둘이 대화하는 걸 꺼렸어.
네 그 눈동자는 내가 널 더 싫어하게 만들었지.
내가 널 괜히 싫어하는 게 아니야.
난 널 싫어할 만해.
이유 없이 싫어하지 않아.
넌 기억도 못 하겠지.
기억에서 지워진 지 오래겠지.
난 아닌데.
나는 10년이 지나서도, 생생히 기억해.
잊혀지지 않아.
지워지지 않아.
가끔씩은 악몽으로 나타날 지경이니까.
그 날의 일이.
“... 그래도 괜찮다. 내가 노력하면, 이치마츠 너도 언젠가 날 좋아해 줄 거라 믿고 있으니까.”
아까 전의 상처 받은 눈은 어디로 가고, 눈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볼을 긁적이며, 살짝 웃고 있기까지.
언젠가 카라마츠 뇌를 꺼내 열어보고 싶다.
상처를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건지.
상처받은 눈을 하다가도 곧잘 웃어버린다.
성격도 참 좋지.
“꿈 깨. 너 좋아할 일 같은 건 없으니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응? 물어볼 게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있었지. 많았지. 근데 너랑 대화할수록 피곤해. 그만할래. 내 집에서 나가. 물어보려고 했던 것들도 나중에 자연스레 답을 알게 되겠지.” “그, 그치만 벌써 12시가 넘었고...”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설마.
진짜 설마.
“... 자고 가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집에 들이길래...” “이 미친놈이! 너 그냥 나갈래, 맞고 나갈래?!” “그, 그냥 나가겠다. 미안하다. 이치마츠여!”
카라마츠는 급하게 나의 집에서 뛰쳐나갔다.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문이 세게 닫히고, 카라마츠가 사라진 자리에는 엘리의 야옹 하는 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다음날이 되었다.
카라마츠는 늦잠이라도 잔 것인지, 겨우 지각을 면했다.
출근은 한 걸 보니 어제 집에 들어가긴 한 모양이다.
약간 피곤해 보이는 기색이지만.
피곤해하든 말든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수업 진행은 어제보다 원활했다.
어제보단 시들해졌으니까.
이 기회를 이용해 나는 진도를 빡세게 나갔다.
기회가 있을 때, 진도를 최대한 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진도가 다른 반보다 늦어져 다른 교과 시간과 바꿔야 하는 귀찮은 상황이 발생한다.
귀찮은 상황보다는, 시험 기간 전에 진도를 빨리 나가서 시험 기간엔 편한 게 훨씬 낫지.
애들이 10분 정도 쉬면 어디가 덧나냐면서 투덜대긴 하지만 내 편의를 위해서라면.
4교시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라 해봤자, 나에겐 점심시간이 아닌 휴식 시간이지만.
쉬는 시간보다 4~5배는 더 긴 휴식 시간.
일부러 신청하지 않았다.
점심을 챙기는 것도 귀찮고, 별로 배고프지도 않으니까.
점심 한 끼 안 먹는다고 생활에 지장이 가는 것도 아니다.
가끔은 한 끼가 아닌 두 끼를 안 먹기도 하지만.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교무실도 점심시간만큼은 한적하다.
선생들이 들어오기 전까진, 오로지 나만이 교무실에 있다.
나만의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치마츠, 밥 먹으러 안 가는가?” “깜짝아.”
휴대폰 갤러리에 가득한 엘리 사진을 보려고 갤러리를 들어가려 한순간, 카라마츠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교무실에 나만 남아 있던 게 아니라니.
카라마츠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나는, 이치마츠가 언제 밥 먹을까 하고...”“안 먹어.”“에엑, 이치마츠랑 먹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너 혼자 먹어.”“진짜로 안 먹을 건가?”“그럼 가짜겠냐. 신청도 안 해놨어.”“그 말은 즉슨, 점심은 맨날 안 챙겨 먹었다는 말 아닌가?”“응, 맞는데.”“이치마츠, 그러다간 건강 상한다.”“네가 무슨 상관인데. 신경 꺼.”“어떻게 이치마츠 네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
듣기 싫었다.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카라마츠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교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카라마츠의 기분이 어떨지는 생각해주지 않은 채.
카라마츠를 피해 다녔다.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할 때면, 말을 섞어야 할 때면, 어김없이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힐 말을 서슴지 않았다.
어김없이 상처 받은 눈을 하면서도, 그 시간은 짧아 카라마츠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말을 건다.
말을 무시해도 소용이 없다.
수업 중에, 습관적으로 창문 밖을 보다가 카라마츠가 내게 인사를 건네면 곧바로 시선을 거뒀지만 카라마츠는 내게 인사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널 무시하고, 깔보고, 너에게 험한 말을 하면 상처 잔뜩 받고 내게서 멀어지란 말이야.
인사하지 마.
아는 체하지 마.
말 걸지 마.
깊게 상처나 받아버려.
너는 상처 받아도 싸.
내게 먼저 상처 주었으니까.
네가 나로 인해 상처받는 것.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바이니까.
봄은 잠깐, 여름이 되어 한여름이 되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감기몸살이 찾아왔다.
전날 밤부터,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들더니 아침이 되자 더욱 심해졌다.
여름인데도 알래스카에 온 것만 같이, 춥게만 느껴졌다.
힘들게 휴대폰에 손을 뻗어, 학교에 전화를 걸고, 힘겹게 움직여 보일러를 틀고 이불을 덮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눈이 스르르 감기려고 하는 와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사람과 거리를 두기에, 날 찾아올 사람 같은 건 없다.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직장 동료들은 내 주소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데.
대체 누가 날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파서 느릿느릿 움직이며 문을 열었더니, 반갑지 않은 얼굴이 보였다.
카라마츠였다.
가뜩이나 아파서 짜증 나는데 카라마츠라니.
기분이 나빠져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카라마츠가 닫지 못하게 막았다.
걱정된다는 얼굴로 막았다.
재수 없어.
“괜찮은가. 이치마츠.”“신경 끄라고 했지.”“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지 않은가. 아프다는데. 걱정되어서 오늘...”“넌 걱정할 자격조차 없어.”
일부러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가시가 되라고.
나의 말이.
카라마츠에게.
이 말만큼은 카라마츠에게도 효과가 있었던 걸까.
조금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바로 대답을 하지는 못했으니까.
“걱정조차 할 자격이 없다니.”
“넌 내가 정작 도와달라고 손 내밀었을 땐, 잡아주지 않았잖아. 이제 와서 걱정해주고 도와주려고 해도 늦었어.”“... 어?”
반응을 보니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역시나.
예상했던 반응이라 실망할 것도 없다.
“10년 전에 넌, 나한테 상처만 안겨줬지.”“10년 전이라고...?”
카라마츠는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넋이 나간 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이 틈을 타, 문을 닫아 잠가버렸다.
후에, 카라마츠가 나에게 문을 두드리며 오해가 있었다고 문밖 너머로 소리쳤지만 나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2시간가량은 지나서야, 카라마츠의 목소리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루 동안 쉬어서 그런가, 몸이 완전히 나아서 출근할 수 있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카라마츠가 자꾸 내 눈치를 살피는 것만 빼면.
어제 일 때문인지 카라마츠가 나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었다.
눈치를 보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말을 걸지 않으니 업무를 처리할 때도 더 편안한 나머지 눈에 거슬리는 게 잊혀질 정도였다.
이대로 이 상태가 이어지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상황에 제일 적절한 말이다.
고작 일주일 만에, 카라마츠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퇴근하는 길이었다.
재수 없게도, 야자 감독이 1교시는 카라마츠, 2교시는 나였다.
야자 시간이 끝이 나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날 부른 것은 카라마츠였다.
“저기...”
못 들은 척하고 가려고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쉽지 않았다.
“이치마츠, 이야기할 게 있다.”
카라마츠가 내 어깨를 붙잡았기에.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마.”
역겹다는 듯이, 표정을 구기며 카라마츠의 손을 쳐냈다.
카라마츠는 나의 반응에도, 포기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치마츠, 제발. 그 날은 오해가 있었단 말이다.”“오해?”
절박해 보이는 카라마츠를, 그제서야 보았다.
화가 난 나머지.
“되도 않는 소리하지 마. 쿠소마츠. 오해? 네가 지어낸 말이겠지.”
유난히도 말에 가시가 돋친 것만 같은 건, 착각이 아니다.
그날만 생각하면, 난 신경이 곤두서버리니까.
그날 있었던 일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내가 17살일 때 일어났다.
아이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나는 방과 후에 같은 반 남자애에게 귓속말로 따라오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오지 않으면 내일 각오하라는 말과 함께.
나는 떨리는 심정으로 남학생을 따라갔다.
따라간 곳은 옥상이었고, 옥상에는 나를 포함해서 6명이 있었다.
5명 전부, 나를 괴롭히는 애들이었다.
본능적으로,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도망치라며 머릿속은 비명 경보를 울렸지만, 때는 늦었다.
아이들은 나를 마구 짓밟고 발로 차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육식동물, 나를 초식동물 취급함으로써 나를 밟으며 그들은 희열을 느끼고 우월감을 느낀다.
그 모습이, 내 눈에는 그저 악마처럼 보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른다.
바닥에 굴러 교복이 더럽혀지고, 교복이 찢겨갔다.
정신을 금방이라도 잃을 것만 같았다.
정신을 잃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을 잃으면 아프지는 않을 테니.
숨쉬기가 버거워 기침을 내뱉어내던 그때, 살짝 열린 옥상 문 사이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정확히 날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남자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날 도와줄 거라 믿었으니까.
최대한 소리 내어,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 ... 카라, 마츠 형. 도, 와줘...!”
날 괴롭히던 남학생들이 발길질을 멈추고, 나의 시선 끝에 있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카라마츠는 눈을 크게 뜨곤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그대로, 카라마츠는 재빨리 도망쳤다.
이 자리를 벗어났다.
얼마나 잽싸게 달린 건지, 남학생 두 명이 카라마츠를 잡으려 뒤쫓아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옥상으로 돌아왔다.
카라마츠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혼자만 살려고 날 버리고 도망쳤다.
배신당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아무리 괴롭힘당해도, 나는 울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었으니까.
노력했는데, 노력했는데... ...
카라마츠 네가 다 망쳐버렸어.
희망이란 빛이 꺼졌다.
남학생들은 내가 울든지 말든지 상관 않고 나를 다시 발길질해댔고, 머지않아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날은 괴롭다.
잠이 들면, 꿈을 꾸면 그날의 일이 반복된다.
카라마츠가 비겁하게 혼자서만 도망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생생하게.
그날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그런데, 오해라니.
오해할 만한 부분은 눈을 감고 몇 번이나 그날을 떠올려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선, 오해가 있었다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아 바닥에 팽개치고 싶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억지로 참고 있는 거다.
성난 개처럼 이를 드러내고 언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참아서 이 정도에 그칠 수 있었다.
나를 더 화나게 한다면, 카라마츠는 다치겠지.
심하게 다칠지도 모르겠다.
“이치마츠, 제발. 제발, 내 이야기를 한 번만 들어달란 말이다. 이렇게 부탁할 테니까.”
카라마츠의 구차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겨우겨우 억누르고 있었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
죽일 듯이, 카라마츠를 노려보며 멱살을 움켜잡았다.
학교고 뭐고 카라마츠를 내던지려고 하였다.
“이치마츠. 생각해봐라. 정신을 잃고 깨어나서 이치마츠 넌 어디에 있었지?”
깨어나는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
깨어나 처음으로 보았던 것은.
병원 천장이었다.
병원 천장이 보였으니, 내가 있었던 곳은.
“병원.”“널 때렸던 학생들을 그 뒤로 본 적은?”“없었어.”“그게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그야 어떤 사람이 신고해줬으니까... 설마.”
스르륵.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았던 손에 힘이 풀려 손이 내려갔다.
“설마, 신고했던 사람이 선생님이 아니라 카라마츠, 너였던 거야?”
카라마츠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 말도 안 돼.”“거짓말이 아니다. 이치마츠. 실은, 너 빼고, 가족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짓말.”“거짓말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날 현장을 목격했던 사람은, 카라마츠 뿐.
카라마츠가 아니고서야, 그날 이후의 일은 벌어질 수가 없다.
아.
작은 탄식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쉬운 걸, 나는 왜... 이제야 알아차린 거야.
10년씩이나 걸려서야.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17살.
카라마츠가 방황하던 시기.
공부는 해도 점수가 나오질 않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잘하는 것도 찾지 못하였다던 때.
자신감도 갈수록 사라지고 형편없는 점수에 위축되어만 갔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카라마츠 눈에 띈 게 담배였다.
스트레스 풀 곳은 없었고, 담배라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카라마츠는 고민하다가 담배에 손을 댔다.
처음으로 펴본 담배는 스트레스가 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었다나.
켁켁거리며 기침을 수도 없이 해댔으니까.
앞으로는 담배를 피지 않겠다고 카라마츠는 다짐했다.
다짐했지만, 담배를 한 번도 안 펴본 사람은 있어도 담배를 한 번만 펴본 사람은 없는 법.
카라마츠는 자기가 했던 다짐도 잊은 채 담배에 손을 가져다 댔고, 결과는 하루에 담배 3개비 이상을 피우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 되었다.
카라마츠는.
최소한 3개비는 피워야 심각한 금단현상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기 전 카라마츠는 옥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학생의 신분이라 담배를 피우면 주위의 눈치를 살펴야 해서, 마땅히 담배를 피울 장소가 없는 카라마츠에게 학교 옥상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옥상은 선생님들은 절대로 올라오지 않은 장소였고, 학생들도 거의 올라오지 않는 장소이니까.
옥상은 카라마츠가 자주 애용하는 장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옥상 문 앞에 도착한 카라마츠는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침 소리.
비웃음.
조롱하는 말투.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라마츠는 잔뜩 긴장한 채로 옥상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긴장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온몸이 경직될 것만 같았다.
문 틈새로 보인 옥상의 광경은 카라마츠가 머릿속에 그려낸 그대로였다.
한 학생을 재미로 패고 있는 학생 대 다섯 명의 모습.
악질적이었다.
카라마츠는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데, 방황하고 있는 시기라고 해도.
그저 재미를 위해 친구... 를 때리다니.
카라마츠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방법을, 맞고 있는 학생을 도와주기 위해 고안해냈다.
자기 혼자서는 그들을 상대하기 벅차니까.
카라마츠가 방법을 고안해낸 그 순간, 맞고 있는 학생과 눈이 마주쳤다.
소름 끼치도록 닮은 외모.
같이 다니면 낯선 사람도, 친한 사람도 누가 누군지 구분을 못 하는, 그런 자신의 반쪽이라고도 할 수 있는 쌍둥이 동생.
마츠노 이치마츠.
바로 나였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도움을 요청했고, 남학생들의 시선은 카라마츠를 향했다.
남학생 무리 중, 두 명이 카라마츠를 발견하자마자 카라마츠를 잡기 위해 카라마츠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카라마츠는 우선적으로 자신이 안전해야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에 재빠르게 도망쳤다.
학교를 빠져나가고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달렸다.
카라마츠는 유치원 적부터 달리기는 잘했기에 남학생들과의 격차는 금세 벌어졌다.
좀만 있으면 완전히 따돌릴 수 있겠다고, 카라마츠가 더 빠르게 달리려고 발을 내딛으려 했던 때에, 무언가가 카라마츠의 종아리를 아주 세게 과격했다.
카라마츠는 그걸 맞고 넘어져 버렸다.
왼쪽 종아리에는 강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야구 배트가 떨어져 있었다.
저 멀리에선 두 남자가 카라마츠와의 격차를 좁히며 미친 듯이 카라마츠를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서 잡히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아무것도 해낼 수 없게 된다.
카라마츠에게 처한 상황은, 카라마츠가 아픈 와중에도 카라마츠를 움직이게 하였다.
카라마츠는 왼쪽 다리를 질질 끌며 근처의 골목길로 숨어들었다.
숨을 삼긴 채, 눈을 질끈 감고 카라마츠는 속으로 빌고 빌었다.
부디, 그냥 지나치기를.
찾지 못하길.
다친 바람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니까.
남학생들은 카라마츠의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카라마츠를 보지 못한 건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원래 왔던 길로 돌아갔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카라마츠는 골목에서 빠져나와 주위를 둘러보곤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로 가는 길.
경찰서가 가까이 있는데, 카라마츠는 다친 다리 때문에 가질 못 했다.
고통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주위를 지나가던 어른에게 부탁했다.
경찰서에, 신고 좀 해달라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것이 카라마츠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
충격을 받곤 몸을 제대로 추스릴 수가 없는 나를 데리고 공원에 온 카라마츠는 나를 공원 벤치에 앉혔다.
진정이 되어서야 나는 카라마츠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고, 카라마츠는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왜 카라마츠가 날 버린 게 아니라, 다치면서까지 도와줬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쿠소... 아니, 카라마츠 넌 왜 이 이야기를 진작에 안 알려준 건데.”“그야... 이치마츠와 대화를 나누려고 해도, 이치마츠가 날 피했으니까. 고등학교 이후로 넌 바로 독립했고, 집에 오지 못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내 전화는 수신 거부, 라인은... 보지도 않았고.”카라마츠를 탓해봐도, 내 잘못이란 걸 알고 있는데.
괜히, 카라마츠를 탓해본다.
카라마츠는 가만히 날 바라보다가 희미하게 웃곤 날 안아주었다.
“미안하다. 이치마츠.”
바보야...
네가 왜 미안해해.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건데.
내가 사과해야 하는데.
“... 미안해, 카라마츠... 형.”
작은 목소리로 카라마츠에게 속삭였다.
내 사과를, 카라마츠는 들었을까.
너무 작은 목소리라 못 들은 건 아닐까.
부디 내 사과가 전해졌기를 바라.
10년 만에 건네는 사과인걸.
무더운 여름도 지나 단풍잎이 물드는 가을, 그리고 가을이 지나 눈이 내리는 겨울.
하늘에선 함박눈이 내려오고, 운동장에는 눈이 수북이 쌓이고 있다.
교실은 아이들의 말소리에 시계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렇게까지 시끄러운 편은 아니다.
칠판에 내가 분필로 문제를 적고, 아이들 중에 몇 명을 시켜서 문제를 풀게 한다.
매일 해오던 방식대로 하기 위해, 나는 입을 연다.
“오늘 문제 풀 사람은...”“샘, 샘!”
떠들고 있던 아이 중, 한 명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이 반 반장인 아즈마, 아즈마 미야코였다.
“저희 기말고사도 끝났는데 수업 말고 밖에 나가서 놀면 안 돼요? 마침 눈도 내리고 하는데.”“야, 야. 되겠냐. 수업이나 들...”“... 추운 건 질색인데, 나가든지.”
애들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환호성을 지르며 운동장으로 신나서 달려갔다.
반면에 나는 느릿한 걸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추위에 약한 주제에 운동장으로 나가는 걸 허락한 건, 이 시간이면 카라마츠가 있단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으, 추워.”“아, 이치마츠.”
역시나 카라마츠가 있었고, 나는 카라마츠 옆에 앉았다.
“추운데 이 날씨에 나온 건가?”“애들이 나오고 싶어 해서.”“추위에 약하지 않았던가. 이치마츠는.”
떨어져 산 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데 그걸 여전히 기억하고 있냐.
카라마츠 넌.
“한 시간 정도 있는다고 얼어 죽는 것도 아닌데, 뭐.”
너랑 이야기하려면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무심하게 말하고는 운동장을 보니 2학년 4반 애들과 2학년 8반 애들이 한데 모여서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쟤들은 내년이면 고3인데 저러는 거 보면 중학생이나 초등학생이나 다름없다니까. 눈을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거 보면...”“에? 나도 눈 좋아한다만.”“그래서 네가 애 같은 거야. 눈 오면 더러워지지, 미끄러지지, 차 막히지...”“그래도, 눈이 내릴 때만큼은 새하얗고 깨끗하지 않은가. 어린아이 마음처럼. 내리는 순간만큼은 예쁘고.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날, 이치마츠하고 시내 한복판 다녀보고 싶은데.”
“넌 내가 사람 많은 데 싫어하는 거 모르냐.”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카라마츠 때문인지, 직업의 특성상인지 괜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은 싫다.
크리스마스도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
하지만...
“하지만 너랑 같이 보낸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나쁘진 않을지도.”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어.
카라마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