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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의 혁명

 

W. 윤또늬긔여어


마피아카라마츠X반장 이치마츠

성인남성이 평생 한 직장에 인생을 저당 잡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남성이 일하는 직장이 마피아의 소유일 확률은,

마피아가 드물게 자신의 공장을 사찰 나올 확률은,

남자가 마피아에게 반할 확률이나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얼마,

마지막으로 직업, 신분, 출신, 지갑사정까지 모두 다른 남자 둘이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계산하는 시간에 무릎에 생긴 딱지를 떼는 것이 더 효율적일 정도로 의미 없는 확률이다. 아마도 기적에 가까운, 기적보다 더 기적 같은 일이겠지. 차라리 1초에 번개를 수백 번 맞는 것이 현실적일지도.

 

그러니까,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공장의 반장 직을 맞고 있는 이치마츠의 기분은 땅을 기어다녔다. 원인은 예전에 비해 사찰을 자주오는 이 공장의 주인, 마츠노 카라마츠라는 사람 때문이였다. 누구라도 윗사람의 관찰의 눈빛은 달갑지 않겠지만 보통은 그뿐이였다. 이치마츠는 그 감정을 넘어 절망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증세를 스스로 '사랑적 우울' 이라고 불렀다.

 

이치마츠의 생각에 따르면 '사랑적 우울'의 원인은 쓸데없이 친절한 카라마츠에게 있었다. 문자 그대로 과한 친절을 주는 사람이였다. 예를 들자면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이치마츠를 위해 발음하기 힘든 이름의 가게에서 많은 양의 간식들을 사오고 종종 점심시간에 찾아와 혼자서는 다 먹지도 못하는 양의 도시락을 손에 쥐어주고는 했다. 비단 먹을 것 만의 문제가 아니였다. 직업상의 말 버릇인지 카라마츠는 이치마츠를 아기고양이씨라는 낯간지러운 이름으로 불렀다. 아마 공장 뒷골목의 고양이들에게 마른 멸치를 나누어주는 광경을 들킨 후부터였고 아기고양이 뿐만 아니라 그런 형태를 띈 갖가지의 이름으로 이치마츠의 이름을 대신했고, 그 모습이 묘하게 연인 행색같아 이치마츠의 마음을 움켜쥐였다.

그러지 않더라도 신경과민에 영양부족등의 이유로 쉬이 잠들지 못하던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갖은 언행들로 마음을 반죽하는 날이면 아예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럴 때 이치마츠는, 가만히 어둠으로 물든 허공을 바라보면서 현실을 자각하곤 했다.

이치마츠가 하는 것은 확실히 사랑이였다. 시선이 얽힐 때마다 양 뺨이 달아오르고 시선이 얽힐 때마다 가슴 언저리가 두근거리는 사랑이 아니여도, 이치마츠가 하는것은 분명 사랑이였다. 손을 자고 싶었고 안기고 싶었고 그 투박한 손이 제 더벅머리를 쓰다듬는 상상을 하고 곧바로 절망하는 것이 일상인 그런 사랑이였다. 카스트 제도로 따지자면 카라마츠는 신의 은총을 받는 브라만이였고 자신은 가장 아래인 수드라 라고 생각했다. 사랑을 나누기는 커녕 이런 불순한 마음을 품는것 금지된 사랑, 그저 쓰레기에게 조금 나누어진 친절따위에 착각하고 혼자 사랑을 하는 쓰레기장의 더러운 고양이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이치마츠에 그럴만한 용기가 있다면 눈이 마주치는 즉시 무릎꿇고 사랑해버려서 미안하다고 사죄하고 싶을 정도의 죄의식이였다. 

수 없이 자기혐오를 반복하고 스스로 경각심을 가져야 겨우 잠이 쏟아졌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악몽을 꾸지 않기를 바라며 이치마츠는 수건같이 질 나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하지만 현실은 야속하게도 이치마츠가 밤마다 죽을 정도로 자기 혐오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믿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하며 카라마츠를 지워내면 카라마츠는 너무나도 손쉽게 다시 이치마츠에게 자신을 새겼다.

 


"이치마츠, 이번에 벚꽃무늬를 이쪽에 새길 생각인데, 어떤가?"

 

카라마츠는 자신의 왼 손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문신을 한다면 분명 눈에 띄고 최악의 경우 그것 때문에 직업을 들키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치마츠는 빠르게 생각했다. 평소에는 굼뜬 머리가 그가 관련이 되면 비정상일적으로 빨라지곤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저었다.

 


"빨리 죽고 싶다고 시위하시는게 아니라면요"

 

꽤나 버릇없는 언행이였지만 늘 상 카라마츠는 그것을 이해하고 너그러이 용서해 주었다. 그런 시간이 꽤 되었다 보니 이제는 몸에 익은 무례한 말이였다.

 


"물론, 결정은 했다."

 


그럴 줄 알았다. 스스로 결정해놓고 물어보는 것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인걸까. 꽤나 응석부리는 성격의 카라마츠를 이치마츠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는 왜냐고 물어봐 주지 않으면 삐진다는 것을

 

"왜 입니까"

 

악몽이란 것은 어느 날 찾아와 잠자리를 헤집고 가는 놈이라는 것을 언제나 당하고 난 뒤에 깨닫는다. 이치마츠는 잠시후에 이 질문을 한 것을 후회했다.

 

"내 몸에 봄을 새기고 싶어, 요즘 이 몸에게 봄이 생겼거든"

 

오랜 노예생활로 다른 사람에 비해 눈치가 빠른 이치마츠는 금방 그 말의 의미를 해석했다. 사랑 고백이였다. 카라마츠의 눈은 올곧게 이치마츠를 향해 있었다.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거칠게 물어 뜯었다. 

어째서 어째서 같은 마음인거야. 차라리 혼자만의 짝사랑인 편이 좋다.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고 애초에 카라마츠에게 나 같은건....

 


"왜, 저입니까."

 

말한 본인조차 놀랄정도로 딱딱한 목소리였다. 그 변화를 눈치 챈 카라마츠는 눈을 크게 띄우고 이치마츠를 바라보았다. 카라마츠의 굳은 눈동자 속에 비친 이치마츠의 모습은 스스로 보기에도 초라해 웃음이 나왔다.

 


"당신은. 뭐라도 좋아한다면 가 질 수 있잖아요. 예쁜 여자들, 나보다 훨씬 나은 남자들도 다 가질 수 있으면서. 어째서 저 입니까."

 

일회용품은 싫었다. 카라마츠는 그만한 능력이 되니 배우 같은 여자나, 어리고 귀엽게 생긴 남자도 원한다면 가질 수 있다. 지금 잠시 눈에 들어찬게 자신일 뿐이라고, 언젠가는 버려진다고 그리고 그 언젠가는 빠르게 찾아오리라고 이치마츠는 믿었다.

 


쓰레기장의 고양이라도 낭만은 있었다. 평생 사랑받고 싶다는 낭만이. 카라마츠는 그 낭만을 산산이 부숴버릴 거고 그러면 이치마츠는 도저히 무슨 낭만을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낭만이 있듯 고양이에게는 발톱이 있었다. 아무리 맹수가 찢고 할퀸다고 해도 간지러울 정도의 공격은 할 수 있는 발톱이

 


하지만 지금 나오려는것은 발톱이 아니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 받고 싶다는, 사랑하고 싶다는 낭만이였다.

 

"멋대로 친절하고, 그러니까... 자꾸 착각하게 되잖아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맹수가 가장 아래의 고양이에게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대답은 건방지게도 작은 끄덕임이였다. 분명한 먹이사슬의 붕괴였고, 더 나아가 쿠테타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사랑할거라면 평생, 사랑해주세요."

 


대답은 말 대신의 격한 포옹으로 성큼 다가와 이치마츠를 감쌌다.

 


성인남성이 평생 한 직장에 인생을 저당 잡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남성이 일하는 직장이 마피아의 소유일 확률은,

마피아가 드물게 자신의 공장을 사찰 나올 확률은,

남자가 마피아에게 반할 확률이나 지금까지 말한 것 들이 동시에 일어날 확률은 얼마,

마지막으로 직업, 신분, 출신, 지갑사정까지 모두 다른 남자 둘이서 사랑에 빠질 확률은,

 


기적보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기적이지 악몽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치마츠는 스스로 부순 먹이 사슬에 '쓰레기장의 혁명' 이라 이름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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